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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이집트 여행기 (5)




나는 외로웠던지 아니면 지겹게 추근거리는 이집트 남자들에게 질렸던 것인지 혼자 즐기겠다고 떠나와서는 인터넷으로 만난 어린 동생인 해정이를 끊임없이 찾게되었다. 어찌보면 그녀는 나를 은근히 귀찮게 여기는 듯도 했는데, 그런 것은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숙소까지 그녀가 묵는 곳으로 옮겨 잡았다. 



그 숙소는 일대에 유일한 호스텔로 처음에 가격이 너무 싸서 예약을 할려다가 말았던 곳이었는데,그 곳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도로도 나지 않은 곳에 숨겨져 택시 기사도 찾지 못하는 숙소.. 그 앞을 한참을 헤메이다가 직원이 마중을 나와 우여곡절 끝에 겨우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호텔을 찾아 들어서자마자 너무 지저분한 모습에 경악을 하고 말았다. 


나는 숙소를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주인은 나름 좋은 방을 주겠다며 그녀가 묵는 방의 맞은 편을 주었다. 이전에 묵었던 싸구려 호텔도 찝찝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이불에서 잘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의 시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를 이 곳으로 이끈 그녀는 야속하게도 내가 짐을 풀고 씻는 동안 도서관에 가보겠다면서 나와 주인을 남겨두고 먼저 나섰다. 나도 그녀를 빨리 따라가고 싶어서 샤워를 하려는데 주인은 그냥 방만 주면 되지 옥상을 소개해주겠다느니 잠깐 이야기를 해줄 것이 있다느니 하면서 지근댔다. 그가 말한 옥상은 낡고 버려진 듯한 집기들로 가득했는데 그 중에 그가 나더러 앉으라고 한 방석은 햇볕에 빛이 바랜 건지 얼룩덜룩했다. 누군가 술을 먹고 토하진 않았을까, 새똥이 떨어지진 않았을까, 벌레가 안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갖가지 생각이 들게끔 하는 외관이었다.


나는 얼룩덜룩한 소파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흘긋 보고는 여기 배드벅스는 없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거기서 기분이 나빠져 벌레는 없다고 약간 화가난듯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고, 그 사람이 말을 거는 것도 그녀가 그 곳을 떠난 상황도 너무 싫은데다 불안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기분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이야기 할게 뭐냐고, 나는 벌레에 너무 데여서 여기 못앉겠다 할 이야기가 뭐냐고 물으니 주인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나는 지금 다이빙을 하고 와서 미안하지만 너무 찝찝하니 당장 샤워를 해야겠다고 그 자리를 피해 내려왔다. 


그런데, 막상 샤워를 하려고 보니 그 남자와 내가 한 집에 둘만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문은 잘 잠기는지 몇번이나 확인하고도 불안해서 침대와 문 사이에 캐리어를 걸어 문을 밀면 걸리게끔 해 놓고는 겨우 샤워를 하는데... 환기구의 구멍도 불안하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들도 불안했다. 매일 보트에서 샤워하고 다녔는데 왜 이 날은 샤워를 안하고 왔는지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샤워장은 부서진 부분과 녹슨 부분이 많아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서 이런 꼴로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겨우 비누칠을 하고나자 물이 끊겼다. 그와 동시에 나의 이성의 끈도 끊겼다. 그렇게 결국 그곳에서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날 바로 그 숙소에서 나오고 싶었지만, 택시가 오는 곳까지 그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모래바닥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었다. 물이 어찌저찌 다시 나왔기에 일단 대충 샤워를 마치고 주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재빨리 숙소를 나와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와 밖에서 시간을 보낸 뒤, 그 날은 같이 숙소로 돌아와 내 방이 아닌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짐을 싸서 그 곳에서 가까운 호텔로 방을 잡아 옮겼다. 나는 해정이도 그냥 내가 잡은 호텔방에서 잤으면 했는데 그녀는 그냥 그 숙소가 다이빙샵도 연계되어 있고, 나름 잘해준다며 그 곳에 있기를 고집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그가 착한 사람인데 내가 괜한 의심을 한 것인가 싶다가도, 그 남자가 주는 뭔가 음흉스럽고 괴기하기까지 한 말투와 행동거지가 떠올라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암튼 그렇게 내가 호텔로 옮긴 날 다이빙을 마치고 나서 그녀를 만나니 홍콩에서 새로 여자아이가 왔다며 인사시켜줬다. 그녀의 이름은 질리아였는데, 키도 훤칠하고 꽤나 미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를 만나고는 왜인지 모르게 그 숙소에 묵게 된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그들의 반응을 살피니 나만 그 사람을 싫어하고 그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그냥 두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그녀는 그 주인이 너무 싫어서 주인을 피해 창문으로 도망치게 되었고, 그 바람에 무릎에 멍까지 들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검은 래쉬가드에 모래 먼지를 묻힌 그녀가 뛰어들듯이 픽업차량에 타는 것을 보면서 그 날 내 호텔로 와서 자라고 왜 강력히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마저 들었다. 


어쨋든 처음 만난 우리는 신이 나서 시내로 놀러가기로 했다. 마침 해가 지는 모습도 예뻐서 사진을 신나게 찍고 조금 걷다가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택시를 잡기도 전에 택시가 우리 앞에 서더니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했다. 나는 택시비 얼마되지도 않는데 꽁짜로 타자고 험한 꼴 당하는 것 아닌가 찝찝해서 그냥 가자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이들이 반색을 하고 나섰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인원이 셋이나 되니 쪽수로는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싶어서 택시에 마지못해 오르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치마를 입은 질리아를 뒤로 태우고 기가 센 내가 앞에서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앞에 앉았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사람 좋은 척 하던 그 기사는 우리랑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은근슬쩍 이상한 말을 할려고 했고, 그 때마다 내가 정색을 해서 무마되었다. 


  

감탄한 후루가다의 노을   사원에 걸쳐진 태양이 너무 예뻤다.



이 날 셋이 다니면서는 남자들이 줄곧 질리아에게 말을 걸어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맨날 나한테 사진찍어 달라고 했었는데 질리아가 나타나고보니 모든 관심을 빼앗겨 잠시간 나름 빈정이 상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편안한게 더 낫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고보니 나는 예쁘게 안태어난게 다행이다 싶었다. 잠시나마 이집트 사람에게 과도한 관심을 받고나니 예쁜 여자들은 얼마나 피곤할지 상상만 해도 짜증이 솟구쳤다. 그나마 다른 나라에서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뭐든 해줄려고라도 하지 이집트에서는 추근대면서 돈까지 요구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암튼 그렇게 나름 약간의 시내구경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날이 너무 더운지라 우리는 에어컨만 찾아다녔다. 그렇게 겨우 찾은 에어컨이 있는 식당.. 하지만 그 날 정전(?)이 되어 에어컨은 가동이 되지 않았고,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저녁을 먹어야했다. 그래도 음식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땀을 식히기 위해서 맥도날드를 찾았다. 까페도 식당도 에어컨이 없을때 맥도날드는 냉장고처럼 추워서 감동스러웠다. 어느 정도 땀을 식히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르사알람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나는 일정에 맞는 리브어보드 배를 타기 위해서, 질리아는 아스완에  가기 위해서 마르사알람에 가야했는데 마침 해정이도 마스터를 취득하는 일정 중에 휴식차 마르사알람에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마침 모두의 뜻이 맞아 마르사알람에 가기 위해 그 날로 바로 여행사를 찾아서 상담을 받았다. 이동하는 비용이 꽤나 비싸서 사기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긴 시간 이동해야하는데 추근거리는 기사면 얼마나 싫을지 두렵기도 해서 그들이 상담을 받는 동안 나는 혼자 몰래 후루가다에서 빌려 마르사알람에서 반납할 수 있는 렌트카는 없는지 알아보았으나 내가 힘들게 운전하는 것에 비해서 그닥 실익이 없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 곳에서 우리는 마르사 알람 이동경로도 묻고, 다이빙 관련해 상담을 하느라 수 시간을 머물렀다.

아 이집트 인들의 혀란... 마치 끊기지 않는 실타래와 같다..

다 끝났나 싶으면 다른 이야기가 또 엉겨 나온다.


이 날 어찌나 피곤했던지..







다음은 어떤 한인다이빙샵에서 제공하는 가격이다. 후르가다에서 다이빙을 하기에는 다른 샵보다 월등히 비싸긴하지만 마르사 무바라크(마르사알람내의 한 지역)에 듀공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이 샵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르사알람으로 가는 차비는 꽤나 비싸고, 유럽인 샵들이 많고 현지인 샵이 없어 다이빙 가격도 비싸다.) 한인샵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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