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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

38년을 지킨 약속 38년을 지킨 약속 종기나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두 시간마다 딸의 몸을 뒤집어 주었습니다. 네 시간마다 딸의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주사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12번에 걸쳐 음식을 튜브로 주입해 주고 모든 대소변을 처리해야 했으며 한 번에 2시간 이상 잠들지 못하고 쪽잠을 자며 딸을 돌봤습니다. 무려 38년 동안 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된 딸을 그렇게 돌보고 있었습니다. 1970년, 당시 16세 소녀 '에드워드 오바라'는 인슐린 부작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더니 안타깝게도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의식을 잃기 전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 엄마는 딸의 손을 꼭 쥐면서 말했습니다. "물론이지. 엄마는 절대로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의사는 에.. 더보기
너무나 고귀한 정성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고귀한 정성을 받았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풍족한 세상이 되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복지 사각의 어두운 곳에서는 힘겨운 이웃들이 많은데 특히 사회적인 약자인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세상입니다. 저는 수도권에 위치한 여성 쉼터의 원장입니다. 우리 쉼터는 생활고와 빚에 쫓겨 노숙자가 되어버린 여성, 남편의 가출로 혼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잔인한 가정폭력을 피해 몸을 숨긴 여성 등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 사람들끼리 위로하면서 살아가는 곳입니다. 어느 날 이러한 분들이 저를 조심스럽게 찾아와 너무 뜻밖의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 쉼터 분들도 따뜻한 하루 메일을 받아보시는데 6·25전쟁 때 멀고 먼 에티오피아에서 파병 와서 목숨 바쳐 싸워주고 희생하신 강뉴부대를 위해 작은.. 더보기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1895년, 일본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아관파천의 수치를 겪은 고종은 민영환과 윤치호 등을 러시아 특사로 파견해 일본을 견제할 힘을 빌리려고 했습니다. 1896년 3월 10일,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축하사절로 참가한다는 명분으로 민영환 일행은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제시간에 중국에 도착하지 못한 민영환은 유럽행 배를 놓치고 서둘러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가 다시 배를 탑니다. 태평양을 횡단한 민영환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으로 입국하고 미대륙을 철도로 가로지른 후 뉴욕에서 런던행 배를 타게 됩니다. 런던에서 독일 베를린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한 민영환 일행은 대관식에 참석하고 다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6개월 2일 만에 조선.. 더보기
35개 국어를 하는 선생님 35개 국어를 하는 선생님 영국의 브렌트 지역은 다문화 배경을 가진 빈민층 아이들의 많은 곳입니다. 이 지역의 많은 아이는 영어를 제대로 말할 수 없어 학교 교육을 잘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35개국 언어를 공부한 선생님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있는 '안드리아 자피라쿠'는 우범지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 학생들이 결국 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을 끊고 싶었습니다. 안드리아 선생님은 아이들이 영어를 모르면 내가 아이들의 말을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민족적 구성을 고려해 무려 35개의 언어를 공부해 학생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자주 만나고 지역 경찰들과도 연계를 맺어 학생들이 폭력단과 접촉하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 더보기
이집트 여행기 (6) -후루가다를 떠나 마르사알람으로 해정이의 도움도 받았고,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해정이가 일하는 다이빙 샵에서 하루쯤은 다이빙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 그 샵으로 다이빙을 가기로 했다. 픽업 차량이 우리를 샵까지 데려다줘서 택시를 잡을 필요가 없어 편했다. 호텔 앞에서 약속한 봉고차를 타고 해정이네 집 앞에 기다리고 있으니 그 둘이 나오지 않았다. 왜 안나오는가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기다리고 있는데 검은 래쉬가드에 흙먼지를 뒤집어 쓴 질리아가 보였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주인이 너무 추근덕거려서 주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피하다가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고 했다. 듣고 보니 해정이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뛰어내려서 도망나올 일인가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음흉스런 남자의 태도가 그만치 싫은 것이리라 싶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나는 쉽사.. 더보기
먼저 보여 주세요 먼저 보여 주세요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써버린 할아버지의 노후는 너무나도 초라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노령연금을 쪼개 쓰는 할아버지는 친구들 만나기도 눈치가 보여 자주 외출도 못 합니다. 오래전 이민 갔던 친구가 잠시 귀국하던 날 할아버지는 그 친구와 잠시나마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범아. 혹시 10만 원 빌려 쓸 수 있겠니?" 아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손자가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요. 애들에게 쓸 돈도 항상 모자란 것 알고 계시잖아요." 아들은 마음에는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기합리화하며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고 출근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며느리가 시아.. 더보기
꽃돼지분식 꽃돼지분식 춘천에 위치한 5평 남짓한 좁고 허름한 '꽃돼지분식'이라는 떡볶이집이 있었습니다. 가게의 월세는 10만 원이지만 주인 할머니는 그 월세 내기도 항상 빠듯했습니다. "할머니 그만 주셔도 돼요." 저렴한 가격에 너무도 푸짐하게 떡볶이를 계속 퍼주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어머니 곁을 지켰던 외아들 역시도 안타깝게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슬픔을 떨쳐내기 위해 계속 떡볶이를 만들었고, 어린 손님들이 배부르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앞에 큰 도로가 생기면서 할머니의 가게는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월세 10만 원 내기도 어렵던 할머니가 새 가게를 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자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나눔과 떡볶이를 먹고 자란 사람.. 더보기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승자박(自繩自縛) 옛날 어느 서당에서 학동들이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춘삼월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한자를 읽다 보니 학동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 같은 훈장님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네 이놈들! 어디 신성한 서당에서 공자님의 말씀을 읽다 말고 졸고 있느냐 회초리를 들기 전에 썩 눈을 뜨지 못할까!" 하지만 호통을 친 훈장님도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에 그만 깜박 잠들어 버렸습니다. 훈장님은 무안했는지 학동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잠든 것이 아니라 너희를 더 잘 가르칠 방법을 여쭈러 공자님께 다녀온 것이다." 이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춘곤증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학동에게 훈장님이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학동은 천연덕스럽게 말했습니다. "훈장님... 더보기
낡은 턱시도 낡은 턱시도 실력은 훌륭하지만,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고 있던 한 성악가가 모처럼 무대에 설 기회를 가졌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하는 조촐한 무대였지만 성악가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대의상이었습니다. 턱시도가 한 벌 있었지만, 너무 낡고 치수도 작았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처지에 새로 의상을 준비할 여력이 없던 성악가는 그 작고 낡은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드디어 관객을 앞에 둔 성악가는 열창했습니다. 그의 노래에 사람들은 감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성악가가 힘차게 양팔을 내뻗는 순간 턱시도가 찢어져서 안에 입은 셔츠가 환히 보이고 말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노래에 감동하던 관객들은 뜻밖의 모습에 몇몇 사람들이 웃기 시작해서 분위.. 더보기
깨진 두레박의 지혜 깨진 두레박의 지혜 옛날 어느 마을에 성질이 포악하고 하루하루 술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항상 마을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는 남자는 '나처럼 쓸모없는 놈은 노력해 봐야 소용없어'라고 말하며 그냥 자기 멋대로 살았습니다. 어느 날 남자가 마을 대로에 서서 술을 내놓으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거친 행패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남자를 피하는 가운데 한 노인이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술을 원하거든 내 부탁을 잠시 들어주게. 그러면 자네가 원하는 술을 대접하지." 술을 준다는 말에 남자는 노인을 따라갔습니다. 노인은 바닥이 조금 갈라져서 물이 새는 두레박을 남자에게 주며 우물물을 길어 달라고 했습니다. "아니 어르신. 주신 두레박이 깨졌습니다. 이런 거로 물을 어떻게 담습니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