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ey

이집트 여행기 (2)




이집트가 세상에서 가장 싼 다이빙지라고는 하지만, 항공료에서만큼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일년도 전부터 나는 카이로(Cairo)와 후루가다(허가다, Hurghada)로 향하는 항공경로를 스카이 스캐너에 등록해놓고, 가격 추이를 관찰했다. 


그 당시 내가 검색을 잘못했던 것인지,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해정이는 60만원이 약간 넘는 가격에 항공권을 샀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에게 스카이스캐너에서 계속 왔던 알림은 130만원에서 150만원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항공권 구매를 미루고 미루다가 출국 당일 구매를 했다. 그래서 결국은 그 당시 나름 싼 곳인 Trip.com에서 1,456,687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구매를 하고 말았다. 내 평생 항공권에 쓴 돈 중에 가장 큰 금액이었다.







그렇게 우여 곡절 끝에 마침내 비행기에 올라 이집트로 향했다. 라운지 이용할려고 10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평생 만들지도 않던 신용카드도 만들었으나 국내용으로 잘못 만들어서 국내라운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구분지어져 있다는 설명은 들은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하니 별 수 있나..  그래서 긴긴 시간 방콕 공항을 배회하면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나름 휴식공간을 잘 만들어놓은 방콕 공항. 구석자리를 잘 잡으면 잘만하다. 사진은 졸려서 엉망진창으로 찍음.


아무튼 그렇게 방콕 공항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이집트에어에 탑승했다.


태국은 한번도 안 와봤는데, 구경도 못해보고 그냥 다시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에 타서는 이집트의 꼬부랑 글씨가 신기해서 비행기 처음 타 본 사람마냥 사진을 찍어댔다. 이륙을 하고 나서 아랍어 책을 보면서 마치 아무렇게 끼적인 것 같은 신기한 아랍 글씨를 따라써보고 나서 과연 이 낙서같은 글씨를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긴 나는 아랍사람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이 글씨가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별 문제없이 맞게 읽어서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그를 만나 이집트 인사도 연습해보고, 글씨도 써보는 것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이 시간부터 이집트인의 집적거림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한국에 산다는 그 이집트인은 끊임없이 말을 했다. 물어보지도 않은 말들... 의미없는 말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나는 점차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괘씸하게도(지가 말 시켜놓고선..) 나는 이야기를 듣는 척하면서 이 사람이 멈추게 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쏟아진 문자   







그 사람의 끊임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침내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음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이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겐가...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 사람은 거의 나를 따라올 기세로 어디로 가냐, 카이로 관광은 왜 안하고 가냐, 내가 데리고 다녀줄 수 있다 하는 등의 말을 계속해서 했다. 나의 목적지는 다이빙을 위한 후루가다라고 이야기해도 거의 벽에 대고 말을 하는 수준이었다. 이집트에 왔으면 피라미드를 봐야한다나.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중에 카이로로 넘어올 터이니, 그 때 연락을 하겠다" 이야기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나서야 겨우 그 사람을 떼어낼 수 있었다. 이 때까지는 이집트 사람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았기에 연락이 오면 무시하면 되겠지 쉽게 생각을 했다. 이건 엄청난 오산이었지만 나는 당시 나름 재치있게 떼어냈다고 생각하고는 혼자 공항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혹시라도 카이로 시내에서 그를 마주칠까하는 걱정에 애초 카이로 시내를 둘러보고자 했던 마음은 깔끔하게 접었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싫어한 벌이었을까? 그 날 나는 공항에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회사에서 받았던 핏빗알타를 잃어버렸다. (종류별로 시곗줄도 샀었는데, 모든게 쓰레기가 되는 순간ㅋㅋㅋ) 회사에 대해서 제대로 잊으라는 의미로 관련된 것들을 잃어버리게 한 것이라 자위하면서 마음을 곱게 쓰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자고 반성했다. 그 마음은 여행하면서 다시 개나 줘버렸지만.. 그 당시 마음가짐은 그랬다.





대기 시간이 길어 공항에서 할 일이 없어서 쓸데 없는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미리부터 항공권만 알아보고 다른 것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이집트로 온 나는 기다리는 동안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안하니깐 동행도 찾아보고, 제일 중요한 방은 뒷전인채 인터넷으로 다이빙부터 찾았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다이빙 가격에 익숙했던 나는 처음에 getyourguide.com 을 통해 다이빙 가격을 보고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에 있는 유일한 한인샵의 가격도 80달러였던지라 너무 싼거는 아무래도 깨름칙하고 불안해서 그냥 나름 비싼걸로 예약하려 했는데 사기 당하는 것 같고, 뭔가 확신이 안 들어서 찾기만 하고 미뤄뒀다. 근데 한참 다이빙을 즐기고 나중에 제대로 알고보니 15불 정도가 적당한 가격이었다... 멍충이..


  


죽어라 검색만 하고 소득없이 도착한 후루가다 공항.  예약하나 하지 않아서 이 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되는대로 공항에서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을 한 뒤 공항을 나서니 파리떼처럼 이집트 사람들이 들러붙었다. 그냥 내가 알아서 택시를 잡겠다고 이야기해도 막무가내였다.


보자마자 당황하게 된 황량한 후루가다 공항 주변 풍경  나를 등쳐먹고는 신나서 춤을 추는 호객꾼


내가 알아서 찾겠다고 말하면서 들러붙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막상 후루가다 공항을 나서니 한 번도 본적없는 황량한 사막풍경에 압도되고 말았다(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포트스테판에서 본 적이 있긴 했다. 혼자 본 것만 처음인 듯...).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공항 주변... 갑자기 영화 속에서 마른 사막 거리를 걷다가 오아시스를 찾지 못해 죽어나가는 모습이 떠올라 약간의 두려움이 일었다. 웬지 선택권이 없는 듯 보였다. 그래서 결국은 들러붙던 호객꾼 중에 한명의 인도로 차량에 탑승하게 되었다. 무조건 흥정을 해야한다고 해서 가격을 나름 깎고 탔는데, 나중에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는 싼 택시이용료를 알고는 그때 얼마나 눈탱이를 맞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때도 끝까지 미터기 켜달라고 싸웠다면 안 태워줬을려나 싶은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다.



   


어찌됐건,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내가 사막에 와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들, 엉망진창의 건물들, 그 와중에 혼자 고고하게 서 있는 사원들... 다 생소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booking.com 을 통해 예약한 베이루트 호텔(Beirut Hotel)에 도착했다. 홈페이지 사진엔 멀쩡해 보였는데 입구에 뭔가 공사중인것 같은 모습이 있어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안고 들어섰다(실제 seahorse hotel이었던가, booking.com에서 보았던 다른 숙소도 지나는 길에 보건데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은 외관이었다). 다행히도 영업은 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풀장도 있었다.


   


이집트의 침구가 찝찝해 담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던지라 담요를 챙겨갔었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 모래바람이 방으로 날려 들어와선지 이불에는 알 수 없는 이물로 인한 껄끄러움이 있었고, 내 자신의 몸도 구석구석 먼지가 낀 기분이었다. 이 기분은 여행하는 내내 동행처럼 따라다녔다. 다이빙을 하러 나가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땀과 먼지로 인해 내내 머리에 떡이 진 채 다녔었다.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기 어려워 일단은 샤워를 하고, 다이빙을 알아보려 방을 나섰다. 호텔 카운터에 다이빙관련한 문의를 했더니 사람을 불러준다고 했다. 호텔 문을 열어주었던 시큐리티 직원이 너무 젊고 훤칠하게 잘생긴데다 호텔 복도에서 마주쳐서 윙크하면서 말을 걸었던 젊은 총각도 몸이 좋고 잘 생겼던지라 다이빙 하는 사람도 잘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참에 뚱뚱하고 검은 아저씨가 파일 철을 들고 와서는 다이빙 문의를 했냐고 했다. 마음 속에서 고개를 쳐드는 실망감을 감추고 다이빙 상담을 시작해보았더니 가격이 인터넷에서 봤던 가격보다 비싼데 왜 비싼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인터넷은 다이빙 형태가 다르다나? 다를게 뭐가 있냐고, 그냥 다이빙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사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사기는 뭔 사기여~ 알고보니 지가 사기였다.ㅋㅋ 일단 처음에는 모르겠는데다 그냥 귀찮아지기도 해서 적당히 가격을 깎고,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다음날 다이빙을 하는 장소에 같이 걸어가서 확인을 시켜주는데, 들여보내 주지도 않고 철창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내일 오면 된다고 했다. 내 마음 속에서 계속해서 고개를 쳐드는 불안감을 느꼈는지, 그 아저씨는 "외국인이 많은 리조트라서 현지인 출입을 잘 시켜주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그렇게 내일 몇 시에 만날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그 아저씨가 자기 동생이 집에 놀러와 있으니 집에가서 같이 밥을 먹자고하는 바람에 같이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무슨 깡이었나 싶다. 처음에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무의식중에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는지 이상한거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그 때 당시 생각하기로는 직장이 여긴데 이상한 짓 하겠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때 마침 걸려온 여동생의 전화는 꾸며내기 어렵지 않을까했던 것 같은데, 가면서도 길이 너무 황량하여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되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진짜 여동생이 놀러와 있었고, 여동생의 딸래미와 갓난쟁이 아들래미도 와 있었다. 그들도 다 같이 먹을 줄 알았는데, 남자 여자는 따로 먹어야 하는 것이어서 그런건지 그들이 부끄러워 해서인지 여동생과 여동생딸은 같이 밥을 안먹고, 그 아저씨와 늦게 도착한 아저씨 친구, 나 셋이서 밥을 먹었다. 처음으로 먹어본 이집트 가정식은 생각보다 내 입에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었다. 


후루가다 시내 미니버스.  차량운전석 깨진 차량유리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아저씨한테 심은 어디서 사냐고 물었다. 그냥 어디서 사는지만 알아내서서 혼자 갈려고 했는데, 아저씨 친구가 도와준다고 했다. 처음에 의심한게 괜히 겸연쩍기도 하고, 뭔가 거절하기도 그래서 저녁때 만나기로 하게 됐다. 로비에서 그 아저씨를 기다리는 와중에 예의 그 잘생겼던 시큐리티 총각이 "이따 나 퇴근하니까 같이 나가자"고 했던게 생각나서 '그냥 걔랑 갈 걸 그랬나'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찌됐건 약속을 했던지라 아저씨를 만나 아저씨의 도움으로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여기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집트 사람이 외국인을 속여 돈을 많이 벌 심산으로 혹은 여자를 꼬실려는 의도로 말을 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물론 외국인에게는 그런 경우가 대다수지만). 버스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나는 오래된 친구를 우연히 만난줄 알았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니 이집트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나중에 바산트 사촌오빠도 그랬고, 바산트나 바산트의 언니와 같이 다닐 때도 그랬다. 모두가 다 오래 못 만났던 친구들이 회포 풀어놓듯 이야기를 나눈다. 알던 사이도 아닌데 무슨 할 얘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신기할 정도였다. 



후루가다 시내다양한 종류의 찻잎다양한 향수와 화장품원료들


그렇게 소란스런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심카드를 사려고 했더니, 여권이 필요하단다. 항상 물건을 잘 잃어비리는 나는 여권은 웬만하면 소지하지 않았던지라 가지고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갈려고 했더니 추가금을 내면 가능하단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것도 돈을 더 챙겨먹을려는 아저씨의 수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이 점은 사실 여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돈을 왕창 더 줘봤자 만원이 약간 넘는 금액으로 한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부족함 없이 인터넷을  사용했으니 불만은 남지 않았다. 아저씨와 심카드를 구매하고 약간의 시내구경을 했는데 뭔가 속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게, 자꾸 쇼핑을 유도하는 것 같아서였다. 이게 좋다니 뭐 어쩌고 하면서 여러 로컬 상점에 들르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뭔가 호구잡힌 느낌을 약간 느끼면서 따라다녔는데, 어떤 사람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이집트에 온 이래로 한국사람은 코빼기도 본적이 없었던 차에 한국말을 들으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어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그냥 걸어갈까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이집트 사람은 이러면 돌아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한 번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그래서 다시 가서 안녕하세요라고 한 것으로 추정되는 히잡을 쓴 여성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여자는 너무 신나하면서 혹시나 한국인일까 싶어서 한국말로 인사를 해보았노라고 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Bassant




바산트는 카이로 인근에 살고 있지만, 엄마와 언니와 함께 후루가다로 여행을 온 참이라고 했다. 한국 드라마나 음악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는데, 그 발음이 당연히 한국인이겠거니 여겨질 정도였다. 아직 어린데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걸 보아하니 언어에 재능이 있지 않나 싶다. 바산트와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선 언젠가 카이로에 놀러가겠노라고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바산트와 헤어지고 이제는 집에 가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잠깐 차를 마시고 가자고 해서 차를 마시러 왔더니 시샤가 있었다. 한 번 펴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해보았더니 담배를 피지 않는 나로서는 이걸 왜 피나 싶었다. 그냥 연기를 마시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는 다음날 다이빙을 위하여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왔다.


이집트 상형문자표 숙소창문으로 본 수영장


통역 및 번역 문의는...

카카오 플러스 친구: https://pf.kakao.com/_sBxnXj

 크몽 기술번역 : https://kmong.com/gig/127269

크몽 기술통역: https://kmong.com/gig/127521





'Journ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 여행기 (6) -후루가다를 떠나 마르사알람으로  (0) 2018.09.17
이집트 여행기 (5)  (0) 2018.09.11
이집트 여행기 (4)  (0) 2018.09.04
이집트 여행기 (3)  (0) 2018.08.31
이집트 여행기 (1)  (0) 2018.08.29